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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21213 눈이 나리는 저녁, 혼자 걸어요일상 2022. 12. 13. 23:58300x250
안녕하세요.
오늘은 특별히 일기를 쓰고 싶은 날이라
글을 적게 되었어요.
올 겨울에 벌써 몇 번이나 눈이 왔지만
저는 한 번도 보지 못했었는데
드디어 오늘 보았답니다.
카카오톡에서 카톡방에 눈을 내려주는 아이디어가
정말 괜찮다고 생각한 오후였어요.
나른한 날이라 잠깐 졸고 있었는데
카톡 하다가 친구의 톡과 눈 배경을 보고
얼른 껴입고 밖으로 나왔어요.
머플러에 장갑까지 단단히 무장하고
동네 공원으로 향했어요.
적당히 넓어서 산책하기 좋은 장소예요.
걷고 싶을 때에 종종 나온답니다.
눈이 내리기 시작한 지 꽤 됐는지
나무에 눈이 조금 쌓여 있었어요.
눈 쌓인 초록 나무를 좋아해요.
눈이 녹고 추운 새벽을 지나고도
푸르른 채로 내내 서 있는 점이 좋아요.
그래서 겨울 사진첩을 보면
하늘을 향해 찍은 나무 사진이 많아요.
그 사람이 찍은 사진을 보면
그가 좋아하는 걸 알 수 있잖아요.
내 사진첩을 남에게
선뜻 다 보여주기 쑥스러우면서도
다른 사람의 사진첩은 궁금한 게
그래서일지도요.
글로라도 말해보자면
제 핸드폰 사진첩에는
크리스마스 장식, 작업 사진, 음료, 고양이가
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해요.
이 나무는 눈이 더 많이 쌓였다기보다는
원래 연청록색 잎을 가진 듯해요.
색이 너무 예쁘죠.
정말 좋아하는 색이에요.
눈이 오지 않은 날에도
눈이 쌓인 것처럼 보이는 나무라니.
다음엔 이 나무 아래로
책을 읽으러 와야겠어요.
공원이 좋은 이유는
흙길이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해요.
도시의 길은 대부분 아스팔트잖아요.
어느 비 오는 날 까만 땅에 물이 고인 걸 봤는데
뭔가 씁쓸한 기분이더라고요.
위의 사진들은
조명과 나무들 사이로 난 흙길이
새로운 세계로 가는 길 같아서 찍었어요.
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
동백나무를 닮지 않았나요?
동백꽃은 꽃잎이 하나씩 떨어지는 게 아니라
꽃이 통째로 떨어진다고 해요.
눈 위에 떨어진 붉은 꽃을 언젠가 보고 싶어요.
공원을 나가면서 본 가로등이에요.
가로등이 있으면 흩날리는 눈이 더 잘 보여서
불빛을 찾게 돼요.
공원에 처음 들어갈 때는
꽤 밝아서 가로등에 불이 안 들어왔었는데
나갈 때쯤 되니까 어느새 불이 켜졌어요.
한쪽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
노래를 들으면서 산책했는데요.
최유리의 바람이라는 노래가 나올 때
기분이 정말 정말 좋았어요.
요즘 제일 좋아하는 노래거든요.
'가난하게 사랑받고만 싶어
깊은 마음에 기뻐하게'
라는 가사에 매번 감탄해요.
눈이 올 때마다
주제곡이 생기고 있어요.
작년에는
Sarah Barailles의
Winter Song이었어요.
바람도, Winter Song도
가로등 불빛 아래에서
눈 쌓인 길을 혼자 걸으면서
듣기에 좋은 노래예요.
나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해
혼자 여행하는 날들이
꼭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.
전 눈 오는 날 혼자 걸어보는 게
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.
눈발이 휘날리는 걸 보다 보면
아름다운 장면에 아무 생각이 안 나다가도
산책을 마칠 쯤에는
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을 받거든요.
사실 최근에 꽤 지쳐있었어요.
그런데 공원을 나가면서
그래도 꿋꿋이 해나가자는 생각이 들었어요.
막 화르륵 불타는 느낌보다는
은은하게 행복한 다짐으로요.
역시 아무도 안 밟은 눈 덮인 땅에는
하트를 그려줘야죠.
이건 제가 저에게 주는 하트예요.
다음에 눈이 내릴 때에는
여러분도 꼭 혼자,
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
길을 걸어보시길 바라요.
분명 행복을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.
그럼 다음에
또 다른 이야기로
찾아올게요.
날이 많이 추워졌어요.
따뜻한 잠 주무시길 바라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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